그냥.그때가 생각나서.
잃어버린 10년?
(초록불님의 포스팅에 달린 덧글들을 보고 그때가 생각나서 좀 끄적입니다)

IMF. 그 국난 시기에 전 상병이 꺾어질때였습니다.
전생에 뭔 한이 서린건지 아니면 집안이 국난에 이끌려야 하는 원죄가 있던건지
죽어도 못잊을 실전을 겪은것도 모자라서 국가가 도대체 내가 편히 제대를 하지 못하게
하더군요.

김영삼 씨발새끼.

IMF가 터지고.



1. 들어는 봤나 돈까스 찜이라고.

아시는 분은 다 아시겠지만 내가 있던 곳은 전방 예비사단 산악전 부대가 되어가지고
육군 기준으로 보급 하나는 다른곳 부럽지 않게 들어왔던곳이었다.
대전차미사일 시험운용부터 군단급 사격장까진 뭐 그렇다쳐도 먹는것 경우에는 간간히
시험 취사 메뉴 테스트베드가 되기도 하였는데 치즈의 보급이라든지 순두부,표고버섯
등등 다른 군과는 다른 제 1 급양 혜택을 누리고 있었기에 그것에 대해선 별로 불만을
가진 사병이 많지 않았다(대신에 짬남기면 거의 죽는 식사 군기라는게 강력했다).
...여담이지만 지방 출신 사병들이 치즈를 거의 안 먹었기에 늘 남아돌긴 했다.

그런데. IMF가 터지고.
식유(식용유)가 어느날 일반적인 콩기름이 아닌 값싼 옥수수기름으로 불출되었는데
이때 슬슬 사병들에게 군대 내 IMF의 서막을 알리는 신호탄처럼 불길하게 외닿게 되었다.
군대에서 당시 튀김을 하는 경우가 돈까스/닭/감자(햄버거 메뉴용)/야채튀김/생선튀김
(주로 삼치,임연수어,꽁치)/가끔 건빵..대충 이랬다.
1개 대대급 식수인원(대략 500명) 인지라 기름 소비량도 상당했는데 일반 소비량의 절반이
될까말까인 옥수수기름이 들어오더니만 .. 그것도 아껴 써야 한다는 불길한 급양간부의 저주
비슷한 예시에 소름이 쫙 돋았다.

그리고,기름이 끊어졌다.튀김을 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다른 메뉴야 어떻게 대처가 가능은 했다. 생선은 간장넣고 찜을 하면 됐고(개인적으로 좋아했음)
닭은 백숙.감자는 찜으로.건빵이야 그냥 주면 됐고(...) 그러나 문제는 돈까스.
돈까스 메뉴는 있는데 기름이 없으니 어쩌란 말인가. 그러나 군인이란 숙명적으로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마술사.
밥을 하는 증기 취사 세트에 돈까스를 넣고 그대로 고압 수증기에 쪄 버린 것이다.
어쨌든 익히면 됐으니까.
그리고...평소에 남아돌기 힘든 돈까스가 1/4 정도나 남았다. 그러나 슬슬 익숙해졌는지
별로 남지 않게 되었다(...)

그러나 그것은 단지 서막에 불과했다.




2.담배연기 싫어

당시 군대에서 사병들에게 지급되던 담배는 군 디스담배로 1보루 반(15갑)이었는데
(담배는 군수가 아닌 인사과 담당).. 뭐 당시 군대에서 금연하면 지금처럼 뭔 혜택을
주는것도 아니었고 담배 안피던 사람도 군대에서 담배 배운 경우가 많았던, 흡연 권장하던
사회였던지라 (사실 가르쳐주지 않아도 군 스트레스 받으면 담배에 손 가는 사람이 한둘
이었나.덕분에 나도 제대로 배우고 왔다) 땡 자체는 군인들의 인생.

그런데. IMF가 터지고.

지급받은 담배가 이상해졌다. 보통 담배연기는 푸른색을 띠게 되어있는데... 검은색 혹은
초록색 연기가 뭉게뭉게 아니 이게 모야. 그리하여 각 중대마다 사병들끼리 "어려서부터
담배먹은 경력자들(?)" 의 조언을 들어서 종합해본즉 "이것은..담배 질이 상당히 안좋을때
나타나는 현상으로서..솔담배 불량품 중에 가끔 이런것이 있었지라요! 근데 팔팔에서도 없던
현상이 그 옆구레이드 버전인 디스에 이러는걸 보면 상당히 원가가 떨어진거라.원료중에
폐급이라도 넣어서 양을 늘인게 아닐려나 말이지요"
믿거나말거나 어쨌든 담배맛도 이상했고 폐가 답답도 하였던거 같다.

그당시에 대한 복수라면 복수일까 현재 금연 1000일을 앞두고는 있지만 말이지.




3.사회에서도 안뜯겨본 삥을 군대에서 뜯기다.

병장이 되었지만 기분이 엄청나게 더러웠던게, 당시 군 월급이 반으로 삭감되었다.
사실 아예 가져간 건 아니고, 그 절반 정도는 지정된 우체국 통장에 입금을 강제로 시키고 
제대할 때
전역비와 같이 지급되는 것이었지만 이등병 이하 수준으로 월급이 지급될때 병장들 사기는
그야말로 경제처럼 바닥으로 추락해버렸다.그래봤자 동기들끼리 만나서 투덜대는것밖엔
그 설움을 잠재울 방법이란 존재하지도 않았지만.그래도 한달 월급 9천원은 해도해도
너무한 거 아닌가.고스트 스위퍼 미카미 밑에 알바해도 이것보단 더 받겠다.
그나마 아주 적은 군대 월급이나마 집에 부치고 있던 사병도 좀 있었는데 군인 가치가
반액 세일 당하고 침통한 분위기를 달래봤자 동병상련 뿐이었다.
개인적으로 열받는 일이 하나 더 있었는데, 전역하는날 그동안 뜯긴월급 쌓인 통장하고
전역비를 받으려고 담당 중사를 찾아갔는데 어디갔는지 도통 안보였다. 씨발 대대장 신고
시간 가까와져오는데 미치는줄알았다.
직접 건네주지는 못할망정 가로채려고 발작을 좀 했던건지. 겨우 찾아서는 달라고 하니까
뭐 씹은 낮짝으로 건네주는 꼬라지을 보면서 너 사회에서 만났을때 아는척 하는날엔
죽여버리겠다고 절로 다짐이 되더라.
하긴 구타사건으로 헌병대 철창안에서 단기하사 지원서 썼다는게 자랑인 새끼 앞에 내 인격
더럽힌다는것도 개그이긴 하지만.
(사실 이런 수준의 새끼가 두엇놈 더 있었는데 아놔 이얘기는 그만 쓰자. 열불난다 열불나.)

...그러나 전역하고 받은 전역비와 밀린월급은 전역한 다음날 만화책 몇권에 소멸.
허허허 어허허.내가 웃는게 웃는게 아니야.



4. 장수만세

동방홍마향 요요몽의 마요이가 늦둥이 손주 첸은 귀엽기라도 하지(...) 군대말년에 늦둥이 손주
군번들이 1개 중대에 하나둘도 아니고 무려 10여명이나 가까이 쏟아져서는 아주 난리 중에
난리가 났었다. 그중 공전절후한 껀수 중 하나가..

지급해 줄 총이 없다!
라는 것이었는데 이거참 황당해서.

동기들이라 해도 전역자들은 몇 안되었는데, 당시 1개 중대도 아닌 대대에 전입되었던
내 동기는 기껏해야 8명 정도였다.전역 당시엔 6명으로 줄어있었는데 이는 2명이 군 형무소에
수감되었던지라 국방부 시계가 멈춘 상태(...)
다른 군수품이야 뭐 C급으로라도 임시대처가 가능하지만 총기류 지급은 정말 난리가 났다.
그리하여 이 전에없던 일을 해결하고자 연대급에 연락을 해보니 거기도 난리가 났다고.
병기창에 수리보낸 화기들까지 거덜들이 났다나? 이쯤되면 할수없지.사단에 신품이라도
가져올 수 밖에(...)
근데 군수 장교가 어떻게 손을 썼는지 당시 대우정밀 제조창에서 갓 나온 따끈따끈한..
아셈부리 A급 신품 총기들을 가져올 수가 있었는데 그때까지 난 총이 검은색인 줄 알았다.
근데..초록색이었다. 뭐야이게.
알고보니 구리스가 그야말로 떡칠로 발라져 있었다.
어떻게 됐냐고? 신병들 그거 닦느라 밤을 샜지 뭐..


...더 쓸 얘기는 많지만 어째 민감한 군사기밀까지 건드리는 얘기까지 올라올거같아서 여기서
접겠습니다.국민이 국가에 무엇을 했느냐.라는 얘기는 이쯤되면 참으로 공자님같은 소리겠지요.
정부고 여당이고 국민에게 단결을 천명하기 전에 니 꼬라지를 먼저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김영삼 씨발새끼.



by winbee | 2008/07/02 18:14 | 어때요 | 트랙백 | 덧글(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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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EIOHLEI at 2008/07/02 18:54
..저도 군복입고 IMF를 맞았지 말입니다. =_=
밖에서 중국집하다 들어온 사병이 말뚝박는거보고 미친~ 이라고했는데 IMF터져서 선구자가 된 전설도 있습니다. =_=
Commented by winbee at 2008/07/05 13:00
IMF 터지고 나서 신병교육대에선 부사관교육을 중단했고 직업군인복무 응시율이 하늘을 찔렀지요. 태권도 3단에 일잘하고 사람좋던 고참이 단지 고졸이라고 하사관지원 떨어졌을때 주임원사 할아버지가 휴가를 그자리에서 그냥 보내줬습니다.
Commented by 룬그리져 at 2008/07/08 01:23
>>말뚝박는거보고 미친~ 이라고했는데 IMF터져서 선구자가 된 전설도

...저도 그랬심다.(엣헴)
Commented by LONG10 at 2008/07/02 20:09
최전방이라 메뉴 테스트베드 되는게 항상 좋은 것 만은 아니었죠...
저희 부대에 나왔던건 '명태 계란찜'......
이 메뉴 만큼은 안 먹어도 고참들이 뭐라고 안 했습니다...... -ㅛ-;

돈까쓰 찜은... 훈련 때 햄버거 나오는 날에 패티를 쪄서 보낸 적이 있었죠.
그래도 훈련 때니 좋다고 먹었...었나?

그럼 이만......

P.S: 그리고 첸이 처음 나온건 홍마향이 아니고 요요몽이었습니다. ^^;
Commented by winbee at 2008/07/05 13:02
하긴 가끔 희한한 메뉴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근데 원래 짬남기면 죽지만 아예 자기 식판에 덜지 않는 것 가지고 뭐라 그러진 않았는데..으음;

p.s / 아하.요요몽이었군요..
Commented by 초록불 at 2008/07/02 23:01
고생하셨습니다. 뭐, 저는 그때 하던 사업 망하고... 아직 학교도 안 들어간 두 애와 아내를 어떻게 먹여살리냐...는 고민을 하고 있었죠.
Commented by winbee at 2008/07/05 13:05
아구. 저보다 더한 고생을 하셨군요;;
솔직히 제 포스팅은 당시 사회에서 여기저기 터진 사연들에 비하면 투정에 불과할지도
모르겠습니다 ;; 하지만 솔직히 억울해서..
Commented by 코토네 at 2008/07/03 00:01
저희집은 IMF가 온 이후에 수성구에 있었던 집을 팔고 팔공산으로 이사를 와야 했었습니다. OTL....
Commented by winbee at 2008/07/05 13:06
에휴.. 여기저기 사연이 쌓인게 많았군요 정말 그렇게 이사갈때 참 서럽다고 하지요..
Commented by 지그 at 2008/07/03 01:28
군대 얘기를 이렇게 흥미진진하게 읽은 건 거짓말 좀 보태서 처음...입니다.
신선하고 쇼킹하네요, '총이 없다!';;;
Commented by winbee at 2008/07/05 13:07
흥미진진한 군대이야기라면..다음카페의 잇빨중사님의 카페가 최고이지요..
국방홍보원 동영상들도 꽤 재밌습니다 (어째 주제가 빗나가는 듯한 느낌이;)
Commented by 틸더마크 at 2008/07/03 05:00
과연, 이명박 정권에서 되찾고자 노력하는 잃어버린 10년이라는 것이 저런 것이었군요.
현 정권의 이해할 수 없는 정책기조가 한방에 이해가 되었습니다. (......)

저는 IMF 크리때 재수하고 있었네요. -_-)y-~ 여러가지로 집안살림이 험난했던 기억이 납니다만
역시 기억하고 싶지 않습니다. ;ㅁ; 제발 10년 후에 이명박 씨발새끼!가 나오지 않아야할텐데 말이죠.
Commented by winbee at 2008/07/05 13:11
아예 김영삼이 집권하자마자 집안 사정이 안좋아져서(집권하자마자 영삼이가 했던 모종의
짓과 관련이 깊어서) 제가 직접 재수생활에 필요한 학원비와 용돈을 벌어야 했었지요..
그렇게 해서 게임제작 인생이 시작되었다는...

정말이지 김영삼 씨발새끼라니까요
이명박 씨발새끼? 작년부터 흔하던데요 (웃음)
Commented by .cat at 2008/07/03 07:52
....잃어버린 IMF를 되찾아오는거군요.(후-)
Commented by winbee at 2008/07/05 13:12
정말 되찾는 날엔 전국민이 12족을 멸할듯이 달려들거같아요
Commented by 뉴니 at 2008/07/03 10:16
IMF...
전역하시 싫었어요(진짜루;;)
Commented by winbee at 2008/07/05 13:20
전 말년휴가때 모 게임회사에 취직이 되었던지라 빨리 나가야만 했습니다;
운이 좋은 케이스였다고나 할까요.

당시 저를 포함한 말년들은 취침점호를 끝내고 행정반에 모여서 담배를 빨아대며
"야 우리 이런 상황에 나가서 뭐하냐 진짜? 어휴아휴" 이런 한탄만 해댔으니.

"장사나 해볼까? 하지만 집에 돈없는데 아 제기랄 어쩌냐"
"어디 공장이나 인쇄소 하는 친척에게 기술 배울까"
"다니던 학교 때려치고 조리기술 가르치는 전문대로 다시 들어가야 할까봐"
"인터넷이 요즘 대세라는데.자바? 나가서 그거 학원이나 다녀야겠다"

솔직히 제대 앞둔 사병들 고민보단 제대 앞둔 하사관이나 장교들이 더 걱정이 많았지요..
국가에서 직업군인 전역시 취직예우 지원은 별반 믿을만한게 못되었으니.
Commented by 건전유성 at 2008/07/04 17:59
저는 IMF 터지자마자 지원해서 98년 초에 입대한 케이스라, 그 저질스러워진 군담배를 한달 3~5보루씩 피우다 나왔습니다;;;;;;;;;;;;
Commented by winbee at 2008/07/05 13:21
98년초..입대라면 이런말을 많이 들으셨겠군요
"너! 제대가 언제냐!"
"예! 2000년도입니다!"
"...21세기가 오냐?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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